글 쓰는 재주가 없어 전부터 계속 회고 포스팅 쓰는 것을 미뤄왔다.
그러나 개발자 글쓰기의 중요성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이니 연습 삼아 계속 써버릇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포스팅의 주된 내용은 근 3년간 iOS 개발자로 일한 경력을 뒤로하고 8개월 동안 준비하여 4년제 컴공과 대학에 편입한 이야기와 그동안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될 것이다.
5월 ~ 9월
3월에 퇴사 의향을 말씀드리고 업무 인수인계 문서 등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퇴사 후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주말 학원을 다니면서 2주간은 쉬기로 했다. 쉬는 동안 운전 연수를 받았는데 운전하는 폼이 살짝 불안해서 추가로 연수를 더 받았다.
추가 연수를 끝내고 용기를 내어 혼자 차를 끌어보았다. 그 이후부터는 차량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여 홀로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모빌리티 서비스에 몸담았으면서 혼자서 운전을 못한다는 게(옆에 운전 경력자가 있어야만 했음) 프로덕트 이해도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꽤 창피했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퇴사하고 나서 이룬 사소한 것이 생겼다는 것에 기뻤다.
그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편입 공부에 몰두하기로 했다. 일단 편입영어보다는 편입수학을 익히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편입수학 위주로 공부했었다. 미적분, 선형대수, 다변수 미적분, 공업수학 순서로 진도를 나갔고 꽤 빡센 일정이었다. 원래 수포자였기 때문에 이해도 복습 속도도 많이 느렸다. 그렇지만 강사분들이나 조교분들의 조언에 따라 내 나름대로 노력했다. 이십 대 초반 때보다는 암기력이 많이 떨어진 게 흠이지만..
10 ~ 11월
이 시기에 편입 준비를 그만 둘까 싶었다. 퇴사한지 거의 6개월도 다 되어가고 달마다 모의고사와 기출문제들을 풀었는데 점수가 안 오르는 이유에서였다. 좌절감도 느껴지고 이러려고 회사 그만뒀나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안 좋은 신호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수면시간 불규칙화, 무기력 증세 등등.. 솔직히 공부도 하다 말고 시체처럼 누워지낸 날이 대부분이었다.
무소속 상태로 기약 없이 뭔가를 하다 보면 굉장히 무기력해진다. 나같이 무기력한 사람한테는 출근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간 공무원/공기업 준비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12월 ~ 1월
어쨌든 12월 중후반부터는 원서접수 시기인데다가 본격적인 시험 일정이 있으니 공업수학은 제치더라도 다변수 미적분까지는 복습해야겠다 마음먹고 다시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합격은 기대도 하지 않고 완주라는 목표를 가지고 임했다. 그러다 시험 날이 성큼 다가왔고 초연한 마음으로 시험 일정들을 소화해나갔다. 1월 중순부터는 지거국 대학 면접을 준비했다.
2월
합격자 발표 시즌이 되었다. 정말 너무나 감사하게도 최종 2군데 합격하였고 그중 등록금이 더 싼 대학을 택하였다.
일전에 대학 편입 관련해서 회사 시니어 개발자분에게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다. 당연히 하던 거 계속하면서 경력 쌓는 게 더 낫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나도 그 말씀에 굉장히 동의한다. 스스로도 4년제 정규 학위에 대한 허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도 했었지만 그래도 인생을 좀 더 길게 보고 싶은 마음과 학력에 대한 허들도 없애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무엇보다 채용 지원 시 학력 때문에 지원을 못하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재학 기간 동안 부족한 개발 역량을 향상시키고 싶었다. iOS 개발자로 일해왔지만 나는 가끔 내가 진짜 개발자인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iOS를 독학으로 공부하여 취업했었고(심지어 이때 책 말고는 iOS 관련 강의도 없었던 시절이었음), 사수없이 홀로 개척해나가야만 했던 상황이었던지라 좀 더 준비하고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아주 크게 느껴졌다.
마무리
여튼 편입공부 준비하면서 피 말리는 정신 상태로 어찌저찌 대학교에 편입하게 되었다. 합격 사실에 너무 감격스러웠고, 세상을 좀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나, 2년 후 제때 졸업하게 되면 31살이다. 아직 서른 살은 되지 않았지만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점점 더 커질 것 같다. 그렇지만 내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앞으로의 2년간 다시 열심히 달려볼 것이다. 물론 졸업 전에 취업이 확정된다면 좋겠지만..ㅠ